반려 생물

나의 어항

chorok_be 2023. 8. 7. 09:51

새로운 세계

 

작년 초 아직 덜 된 봄날에 복어 한마리를 키우게 되면서

족히 20년은 더 잊고 있던 취미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.

 

어릴적 우리 가족이 다 한 집에서 살 때

아빠도 열대어를 키우셨다.

새끼를 낳았던 때는 다 같이 신기하다며 유리벽에 너무 들이대서

크기가 다른 얼굴자국이 몇개 남기도 했다.

 

나도 초등학교에서 선배 소리를 듣고 다닐 쯤엔

금붕어 두마리를 몇년간 키우기도 했는데 둘 다 병으로 용궁가는 바람에

자연스럽게 잊은거지.

 

이번에 다시 집으로 물고기를 들이면서 깨달은 어항의 매력은 

네모난 유리상자 속 작은 모래알갱이 하나조차 내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는 

온전한 나에 의한 세계라는 것.

 

거실 한복판에 앉지도 서지도 않은 불편한 자세로

수초를 꼭꼭 눌러 심고, 돌을 씻어 쌓고

마지막으로 물을 넣으면 하나뿐인 내 공간 50리터 탄생.

 

성급하게 물고기들을 넣어서 그런지

오늘 아침에 테트라들의 아가미가 빨갛던데

죽지말고 잘 살아주면 좋겠다.